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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Isle of Skye 👋 그리고 잘못 끼워진 Edinburgh 의 첫 날

국가
스코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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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5일차, Isle of Skye 를 떠나며 나눈 작별인사와 잠깐 들른 Eilean Donan 성. 다시 A82 국도를 타고 에딘버러로 향하며 체크인 때문에 고생 한 하루의 마무리.
년도
2024
여행 날짜
2024/08/27
이전 글

굿바이 Isle of Skye

마지막 아침 식사와 이별

Isle of Skye 에서 그리고 Achalochan House 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전 날과 같은 시간에 아침을 요청했고 전 날과 달리 우리는 모두 메인 메뉴로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아마 팬 케이크 산을 모두 먹은 엄마의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곁들일 음료로 잉블티+우유를 체크한 나를 제외하곤 모두 커피였다.
큰 테이블은 4인실을 사용하는 우리가 사용하였고 서로가 잘 보이지 않는 창가 쪽에는 북유럽에서 왔다는 젊은 부부가 앉았다. 음식이 모두 제공 된 후 사이먼과 새라는 각각의 팀과 대화를 좀 나눴는데 들어보니 저쪽 부부와의 대화는 그리 원활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현지인의 추천을 적극 고려했다면, 뭐랄까… they seemed very confident with their own plan. I’m pretty sure that was their attitude since I heard “we have it all figured out.” 우리 테이블에서 새라는 옆에 책장에 있는 해리포터 책을 꺼내면서 J.K. Rolling 의 사인도 보여주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1편 촬영을 마치고 J.K. Rolling 이 아역 배우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모두 런던의 최고급 호텔에서 함께 1박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등. 그 외에도 Isle of Skye 로 오기 전 쭉 런던에서만 살아온 새라와 사이먼의 이야기도 좀 들을 수 있었다. 얘기를 하면서 베이컨이 좀 부족해지거나 팬케익이 부족해 보였는지 사이먼은 음식을 더 권했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계속 얘기를 나누던 새라는 서로 친밀감이 쌓였다고 느꼈는지 정치 얘기나 트럼프 얘기도 슬쩍 꺼냈는데 사이먼이 서둘러 나와 새라의 입을 막았다. (ㅋㅋ)
그렇게 우리는 또 배(가 너무)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짐을 모두 챙긴 후 방을 나왔다. 휴식을 취하던 새라와 사이먼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거실 문을 열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웠단 말과 잘 맞이 해줘서 고마웠단 말이 오가며 따뜻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인사를 마친 뒤 해맑은 셀카 두 장을 찍고 우리는 Isle of Skye 의 마지막 행선지로 떠났다.
Isle of Skye 에서 Edinburgh 까지 갈 길이 먼 하루다. 열심히 달려보자.

셔터 아일랜드 정신 병원의 모티브였을까? Eilean Donan Castle

어김없이 비가 오고 어김없이 먹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이었다. 어떻게 떠나는 날까지도 하늘이 불친절할까. 도로의 끝이 깨져 있어 웅덩이도 깊은 이 곳의 도로는 운전하기 정말 힘들 것이다. 핸들을 잡은 아빠는 최대한 우리를 배려해 웅덩이를 피해 운전을 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도로 폭이 좁아 맞은 편에 오는 차와 부딪힐 것 같은 불안함이 공존해 신경이 굉장히 곤두서지 않았을까?
(좌) 도로가 다 깨져있는 정말 끔찍한 도로 상태. 스코틀랜드는 원래 이래;; (우) 어김없이 흐린 하늘
첫 도착지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성들 중 하나인 Eilean Donan Castle. 역사적인 의미도 있는 곳이지만 다양한 영화와 TV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 목록에 내가 본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많은 영화의 촬영지가 된 만큼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곳의 주차장에는 우비를 입은 주차 요원이 여럿 있었다. 우리를 안쪽 주차장으로 안내해줬는데 비록 자갈밭 주차장에 물웅덩이도 많았지만 주차 공간이 많아서 좋았다. 그리고 역시 캠퍼 천국인 Isle of Skye 답게 캠핑카들이 즐비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overnight parking 을 금하는 안내판이 세워져있었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저렇게 캠핑카 몇 십대가 양 옆으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약간 압도 당하는 느낌이랄까?
이번 성도 입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첫 성이었던 Inverary Castle이 준 실망감이 여간 큰게 아니었나보다. 내부에 대한 큰 기대가 크지 않았을 뿐더러, 투박한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일수도 있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나름 성 외곽을 도는 것도 꽤 재밌다. 물론 비바람이 부는 배경이 더 해져 한 층 더 칙칙해 보이는 성이 사진을 찍을 때 만큼은 원망스럽다. 그래도 멀리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면 13세기에 지어져 700년 이상을 저 자리에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노화의 과정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옆에 있던 여행객에게 카메라를 넘겨줬을 때 즈음 안개가 조금 끼기 시작했다. 가족 사진을 찍고 다시 성을 마주했는데, 뒤로 보이는 산등성이, 성을 둘러 싸고 있는 해수호, 유일하게 육지로 닿을 수 있는 다리의 조합이 마치 영화 Shutter Island 를 연상케 했다.
여담이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 모두 화장실을 가고 나는 밖에서 부슬비를 맞으면서 기다릴 때 네이버 부스트캠프 멘토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도전해보는 Glencoe Viewpoint

에딘버러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우리가 지나 온 A82 국도와 Glencoe 를 지나간다. A82 국도를 타던 날도 비가 무척 내려 아쉽게 놓친 풍경들이 많았다. 혹여 날이 개어 우리가 놓친 것들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철철 흐르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빠는 그 중 가장 아쉬웠던 Glencoe Viewpoint 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A82 국도를 타고 내려오는데 비가 잦아들고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대감 상승…
창 밖을 보니 Thress Sisters 가 보이기 시작했다. Isle of Skye 로 올라갈 때는 멈추지 않았던 Three Sisters Viewpoint 에 잠깐 내려서 긴 운전길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Glencoe Viewpoint 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날씨요정은 아빠의 간절함과 (늘 그랬듯) 반비례하는지 Glencoe Viewpoint 로 가는 길 내내 비가 쏟아졌다. 물론 첫 날 만큼은 아니었지만 우산 없이는 나갈 수 없었다. 아쉬운대로 주차를 하고 우산을 챙겨 엄마와 아빠는 나가서 사진을 찍은 뒤 돌아왔다.

화장실이 급한데 휴게소는 없어도 호텔은 있을 때, Bridge of Orchy Hotel

이제 에딘버러까지 쭉 달리는 일정만 남은 상태. 그런데 차로 얼마 달리지 않았을 무렵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글에서 네비게이션 경로 위로 화장실이 있는지 검색을 하면 좋았을텐데 국도를 달리던 중이라 화장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운이 좋았던걸까? 주행 길 우측으로 아기자기한 숙박시설들이 모여있었다. 앞으로 화장실을 찾긴 힘들 것 같으니 이 곳의 화장실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고 눈 앞에 보이는 건물 1층에 화장실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서서 내키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화장실이 급한건 나였기 때문에 따라나섰다. 다행히 처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1층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호텔이었다. 오늘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잠시 커피도 한 잔하고 화장실도 쓸 겸 자리에 앉았다.
투숙객인지 편한 옷 차림으로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트랙킹을 하셨는지 등산복(?)을 입고 우리처럼 외부에서 들어와 앉아서 커피를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비록 내 눈에는 작은 바이자 카페였지만 웨이터, 바텐더, 바리스타가 모두 출근해있었다. 뭐랄까, 굉장히 전문적인 느낌이 들었달까? 어쩌면 대낮에 바텐더와 바리스타가 공존하는 그림을 처음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이 vest and bowtie 까지 갖춰 입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마와 아빠는 아메리카노, 나는 플랫화이트를 마시고 동생은 좀 특이한 시도를 했다. Gaelic Coffee 라는 메뉴를 마셔보고 싶다는 말에 우린 적극 권장했다. Gaelic Coffee는 그 이름답게 Irsih 위스키가 들어가는데 이 카페에서는 Drambuie 위스키를 사용했다. 위에 휘핑크림과 흑설탕 몇 조각을 올려준다.
놀랍게도 커피를 그냥 마셨을 땐 “아 술맛이 조금 나긴 난다!~” 정도였는데 흑설탕을 함께 먹으면 알콜 맛이 극대화된다. 동생이 사진에서 이마를 짚고 있는 것도 술맛이 확 올라와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결국 이 커피는 아깝지만 절반도 못마셨다. 6.5파운드로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기로… 우린 이 호텔에 들어 온 본 목적인 화장실을 모두 해결한 후 이제 에딘버러로 향했다.
에딘버러로 가는 길에 마주친 도로 공사 현장. 좁은 도로인 만큼 질서를 미니 신호등으로 체계를 잡아뒀다.
좁고 울퉁불퉁거리는 도로와 거대한 화물차와 캠핑카가 오가는 Isle of Skye의 도로를 벗어나자 다시 도로폭이 넓어지고 승용차들이 많아졌다.

Edinburgh 입성

에딘버러 시내로 들어오자 신호체계에 혼란이 찾아왔다. 내 정면에 신호등이 있는 한국과 달리, 운전자 측면에 신호등이 위치해 있었다. 아무래도 좌우가 바뀐 운전석에, 신호등 위치도 어색하고, 길 위에는 트램마저 다니니 도시 내에서 운전이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아빠가 특히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서 대형 몰(St James Quarter)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구간에서 “어어” 많이 당황하셨다. 어렴풋이 기억을 되짚어보면,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4차선 도로에서 우회전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중앙선 대신 트램길이 있었다. 신호등은 좌측 인도의 가로등에 하나, 트램길에 세워진 전봇대(?)에 하나 이렇게 양 옆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 차는 아무래도 트램길에 붙어 있으니 해당 신호등을 보면 되겠다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봐도 우회전 전용 신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던 것… 그래서 그냥 파란불에 우회전 했는데 아빠 말로는 “뭔가 잘 못 달린 것 같다” 라고 하셨다.

렌트카 반납

몰의 주차장을 올라가면서도 몇 층으로 가야하는지 몰랐지만 올라와보니 상단에 Europ Car Rental 로고가 보였다. 우리가 빌린 회사 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이곳을 렌트카 반납 거점으로 쓰고 있는 듯 했다. 주차를 마치니 직원이 걸어나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차량 내부를 점검하고 트렁크에서 짐을 꺼낼 때 나는 속으로 차 양 옆으로 엄청나게 튄 진흙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다. 당연히 그런 질문은 없었고 잘 가라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우린 몰 밖으로 향했다.
St James Quarter 주차장에서 우리의 숙소인 No 1 Apartments - New Town 까지는 걸어서 11분 정도가 걸렸다. 숙소까진 다행히 잘 닦인 도로들만 다니면 되기 때문에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분명 예약을 마쳤는데 숙소를 못 들어간다고?

숙소는 완만한 내리막길에 위치해 있었다. 마지막 횡단보도를 건너니 캐리어가 내 발걸음을 앞지르고 싶어 나가기 직전 정도의 내리막이었다. 눈에 잘 띄도록 숙소 앞에 예쁜 안내판이 우리를 반겼다. 그러나 여태 머무른 숙소들과는 다르게 리셉션이 있는 호텔형 숙소가 아닌, 에어비앤비 같이 도어락 비밀번호 등이 사전에 셋팅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땐 몰랐다. 우리가 숙소 앞에서 약 한시간 반을 헤매고 있을 줄은…
한 시간 반 동안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숙소 호실을 모른다는 점이고 둘째는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빠의 이메일을 보여달라고 했다. 정산적으로 결제가 되었다면 어떤 형식으로라도 숙박업체에서 invoice를 보냈을테고 그 메일을 기점으로 이후에 숙소 관련 안내 메일을 보냈을테니까. 메일들을 살펴보니 우선 아빠가 사전 정보(여권 번호 등)를 작성하지 않았었다. 업체의 웹으로 리다이렉트 되어 체크인 진행을 빠짐없이 했지만 완료 페이지에서는 숙소와 관련 된 그 어떤 정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도 사실 이 페이지에 너무 매몰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해당 페이지에서 고객+숙박 정보다 매치되어 정보가 나오길 기대했나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이들의 UX는 구린게 분명하지만 좀 더 다방면으로 방법을 빠르게 검토하지 않아 지체 된 탓도 있다.
그 때부턴 사실 멘붕이었다. 그 이후의 메일들을 살펴봐도 무엇이가 잘못된 줄 알고 몇 번이고 입력한 체크인 완료 안내 메일 뿐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기약 없지만 숙박 업체의 온라인 상담 페이지에 메세지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그냥 모든 입구에서 현관 비밀번호가 우리 휴대전화 뒷 번호일까 싶어 입력해봤다. 당연히 열릴리가 없었다.
한 집에서 독일에서 온 나이 든 부부가 나왔는데, 그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청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의 이메일을 직접 보여주시기도 했고, 아내 분의 메일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남편 분은 연결 된 호텔에 전화를 걸어주시기도 했다. 전화를 이어 받았으나 상담 내용을 남기라는 기계음 뿐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기약 없는 상담 메시지를 남겼듯 기계음에게도 의존하여 우리의 현 상황을 남겼다. 일정이 있으셨을텐데 거의 30분 가까이 함께 방법을 찾아봐 주신 두 분께 지금도 감사하다. 숙소에 들어간 이후에 감사 편지를 써서 그 분들의 문 앞에 두기도 했다.
(좌) 이메일 끝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고 (우) 원래는 이렇게 몇 번 호실이고, 문 코드를 알려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빠 이메일을 과거의 것부터 하나하나 살펴봤다. 전체 목록에서 보면 관성에 의해 눈이 놓칠 수 있으니 메일 하나하나를 들어갔다. 그런데 메일을 넘기던 와중 숙박업체의 이름이 아닌 개인 얼굴이 있는 이메일로 우리의 입실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찾았다. 그래, 아빤 업무 메일 사이에 끼어 있던 모르는 여자의 이메일을 의심 없이 무시해버린 것이다. 허무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더 밖에 있지 않아도 됨에 신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한시간 반동안 엄마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거고, 추운데 내리막길에 캐리어들을 잡으면서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느라 화도 났을거다. 그럼에도 도움 되지 않는 분노 표출로 두 부녀의 노력에 초를 치고 싶진 않았으리라. 그리고 이번 여행 내내 뭔가 아빠 답지 않게 1% 허술한 점이 엄마로 하여금 남편을 조금 안쓰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오래도록 오고 싶어했던 스코틀랜드라 그 즐거운 기억에 조금의 상처도 내고 싶지 않았으리라. (물론, 엄마 의견 아님. 그냥 내 생각임.)

허겁지겁 해치운 저녁

밖에서 했던 고생이 잊혀질 정도로 예쁜 집이었다. 가정집을 이렇게 꾸며놓으면 이국적이고도 아늑한 느낌이 낭낭할 것 같았다. 엄마는 캐리어 정리도 하기 전에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했다. 나가서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었고 나 역시 기진맥진한 이 순간 THE most thing I craved for was 신라면.
신라면, 무파마, 햇반, 컵밥과 함께 돌김자반, (트레이더스 표) 진미채가 저녁이었다. 가장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저녁이 아니었을까…
이래서 내가 한국을 못 떠나유
당연히 아빠 계획표엔 에딘버러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숙소에 들어올 때 시간을 많이 지체해서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커튼 밖으로 어둑어둑 해진 거리를 보니 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엄마 아빠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 밖에 산책 한 번 하지 않겠냐고 권했다. Calton Hill 은 야경으로도 유명하니 목적지를 그쪽으로 설정하고 밖으로 나섰다.

여기가 유럽이여 수원 화성이여~ Calton Hill

원래의 목적은 칼튼 힐에서 노을과 야경을 함께 즐기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노을은 보지 못할 시간대였다. 걸어서 20분 남짓되는 거리였는데, 다음날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길 수 있는 The Scotsman Hotel 의 방향을 체크하느라 조금 더 걸었던 것 같다. 우리 경로에 외진 길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 단지 쪽은 많이 어두웠다. 어두운 환경과 더불어 몇 집 건너 계단에 앉아 행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노숙인들 때문에 길이 안전하다고 느끼진 못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괜찮았지만 만약 혼자 또는 엄마랑 둘이 나왔으면 분명 다시 돌아갔을 것이다. (엄마는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함)
칼튼 힐에 들어갈 때 어느 방향으로 들어왔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입구가 다를텐데 우린 계단 길 당첨이었다. 계단 길 역시 매우 어두웠다. 아마 앞에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 아니었으면 방향을 잃었을 수도 있다. 계단을 다 오르자 사람들의 목소리도 더 크게 들렸고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한 눈에 보이는 도시는 고풍스러웠다. 내일 우리가 구석구석 다닐 곳들의 방향도 쭉 한번 살펴봤다. 서울 야경과 다르게 불이 꺼져 특히 어두운 곳들이 많아 조금 더 밝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생겼다. 재밌는건, 우리 같은 여행객에게 칼튼 힐은 one of the ‘must’ visit places in Edinburgh 겠지만 여기 사는 젊은이들에겐 수원 화성 정도의 역할인 것 같았다. 공원처럼 형성되어 있어 입장료도 따로 없고 어둑어둑하니 조금의 로맨틱한 무드도 잡을 수 있고, 야경으로 감성까지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온 젊은이들도 많았고 연인도 많아보였다.
다만 조금의 무개념 친구들도 있었다. 위의 사진이 왜 이렇게 밝냐면, 차를 끌고 온 남자들 몇 명이 차 후래쉬를 계속 켰다껐다 반복했기 때문이다.
내일 밝을 때 다시 와 볼지는 내일 결정하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환한 에딘버러의 활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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