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e of Skye를 향해 북쪽으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 Banavie, 호그와트 마법 다리 Glenfinnan Viaduct 그리고 계획의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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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향하기 전,
금강산도 식후경
역시나 비가 오는 아침, 조식이 제공되는 숙소가 아니여서 전날 Fort Williams 에 있는 Tesco Express 에서 간단하게 장을 봤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마트 따위는 한식파 조수정을 감당할 수 없다. 아침으로 CJ 미역국밥 반 공기랑 진미채를 먹고 난 뒤에야 테스코에서 산 요거트와 귤을 후식으로 먹었다.
엄마는 짐을 쌀 때 몇 일 전부터 이마트에 가서 컵밥과 컵라면을 사둔다. 한국도 그렇지만 숙소에 따라 전자레인지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컵밥의 햇반을 익히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접이식 전기포트가 답이 된다. 사실 이걸 챙기는 엄마를 볼 때는 ‘저걸 도대체 왜 챙기나…’ 싶은데 막상 해외 나오면 누구보다 전기포트 득 보는 사람이 나다. 이 전기포트를 쓰다보면 그 나라 수돗물의 석회질 함량을 알 수 있는데, 함량에 따라 수돗물을 계속 쓸지 생수를 사서 끓일지 결정하게 된다. 사용 후 물을 버렸을 때 밑에 하얀 석회 침전물이 있으면 실리콘 재질의 포트를 씻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수를 쓰게 된다. 우리의 물 사용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이미 첫 날 스코틀랜드 수돗물 수질을 검색해봤는데, 세계에서 가장 수질이 깨끗한 곳 중에 하나라고…!
화장실을 잘 못가는 편이라 요거트가 필요해서 살펴보는 와중, 액티비아가 보였었다. 한국에 이미 있는 제품이라 아는 맛이라 고르기 싫었지만 잘못 골랐다가 이상한 향과 조우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한 층 더 깊어지는 와중, 요거트에 더블초코 청크를 함께 주는 제품이 흥미로워 고르게 되었다. 요거트는 맛 없을 수 있어도 초코는 맛있겠지! 숙소에 냉장고가 없었지만 비도 오는게 날씨가 쌀쌀해 밤새 창가에 두고 아침에 일어나 만져보니 시원했다. 맛은? 여행 내내 이 요거트만 먹었다.
아 이거 한국에 안들어오나…
작고 조용한 마을 Banavie
아빠가 이 작은 마을을 왜 stopy by 하기로 했는지 잘 모른다. 아래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저 뒷 산을 잘 보기 위함인지 아님 작은 마을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함인지. 무엇을 위해 왔는지는 몰라도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마당을 모두 갖췄고 그 마당은 각 집의 개성이 들어났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할아버지도 있었고, 엄마와 차를 타기 전 재잘거리는 작은 아가도 있었다. 화려한 화단은 아니더라도 취향에 맞는 꽃과 난쟁이 장식품을 놓거나 아님 깔끔하게 밀린 잔디로 꾸안꾸 정원도 있었다.
이번 여행 중 내 사진첩엔 풍경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담겨있다. 지난 글에도 쓰레기통에 흥미를 가진 사진을 공유했듯 별의별 간판과 구조물, 글귀들이 담겨져있다.
첫 날은 글에 적지는 않았지만 기내에서 보이거나 들린 영어표현들을 따로 갖고 있었다.
- 대한항공 보면 도대체 어떻게 걸라는건지 모르겠는 코트 걸이 이름은 coat hook
- 전자담배는 부르는 표현이 많지만(e-vape, electronic cigarette 등) 영국항공은 e-cigarette로 방송했고
- 위탁 수하물 보낼 때 가방 손잡이에 길게 붙여주는걸 tag 라고 부르며 직원은 “your bag needs to be tagged because it should go beneath today” 라고 내게 말했었다. 위탁 이었다면 go beneath 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기체 아래에 실어 보내서 beneath 라고 한 듯하다.
그리고 영국항공은 특이하게 attendants check if their passengers have buckled up properly very thorougly. Opposingly I’ve always felt that flight attendants of KAL just passes by as if the whole process is a mundane routine. They don’t even notice that I haven’t buckled up because they don’t lay their eyes on each and every passengers while walking by the aisle. 그런데 영국항공은 내가 벨트 위에 가방을 올리고 있자 가방을 치우라는 손짓을 살짝 하며 직접 확인을 한다는 점이 좀 인상깊었다. 사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승무원이라면 이런 태도가 맞지 않나.
이 마을에서도 흥미로운 것 두가지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귀여운 마을 건의함이고 두번째는 밤샘 주차를 금지하는 것. 마을을 걷다보니 귀여운 철 상자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바로 마을 발전을 위한 건의함. 요즘 같이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에서 이런 아날로그 건의함을 보니 마을 전체가 귀여워 보였다. ‘마을의 연령대가 높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다른 하나인 overnight parking을 금지하는 간판은 스코틀랜드를 돌아다니다보면 자주 보인다. 스코틀랜드를 차 타고 다니면 캠핑카를 정말x100 많이 보게 되는데, 주차장에 캠핑카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해두기도 한다. 그래서 무료 주차장 중 부지가 넓은 곳에 무조건 세워져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즘엔 아직 스코틀랜드에 캠퍼들이 많다는 것을 몰랐던 때라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찍어뒀다. 알고보면 정말 흔한데 ㅋㅋ
마을을 한 20분 정도 돌아보고 이제 본격적인 셋째날의 여행을 시작하기러 했다.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타는 그 기차가 지나가는 글랜피넌 고가교로.
북쪽으로, 북쪽으로!
호그와트 행 기차가 지나가는 Glenfinnan Viaduct
목적지에 다 왔음은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흙인데도 주차를 하고 갓길로 목적지를 향해 총총 걸음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려줬다.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다던지, 다리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지금이 기차가 올 시간이라는 것도.
역시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어서 돌아나와 우리도 갓길에 주차했다. 아마 다음 글에 후술하겠지만, 남들이 다 주차한다고 해서 주차 가능한 곳이 되진 않는다. 이 나라는 벌금이 세다. 아마 이 곳도 도로 간격이 넓고, 특정 시간대에만 사람이 많은게 아니라 꾸준히 많은 장소였다면 경찰이 돌아다녔을 것이다. 주차와 벌금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는걸로…
주차 자리를 겨우 찾은 우리는 진흙탕이지만 뒷바퀴를 아스팔트에 물고 간신히 주차했다. 그리고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들을 쫓아갔다. 이 곳은 다리를 볼 수 있는 viewpoint 이기도 하지만 visitor center 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하단 우측 사진에서 보이 듯) 외부에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카페를 지나 5분 정도 흙길을 걸어 들어가면 다리를 볼 수 있다. 이 카페를 지나는데 내 눈에 낮게 세워진 간판 하나가 보였다. 바로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 우리가 10시 5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지나간 것! 그제서야 왜 주차장이 꽉 찼고 사람들이 우리가 주차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뛰어갔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아빠는 Banavie에서 시간을 조금 덜 보냈으면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셨고 나도 이렇게 겨우 몇 분 차이로 못 보는게 아쉬웠지만 미리 시간대를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워 할 자격이 있나 생각도 했다.
웅덩이를 피해 흙길을 열심히 걷다보면 갑자기 탁 트인 드넓은 잔디밭이 나온다. 그 앞에 길게 늘어져있는 글랜피넌 고가교는 뒤의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맑은 날이었다면 그것대로 더 아름다웠겠지만 뒤에 끼인 안개와도 잘 어울렸다. 비록 기차는 지나갔더라도 마치 기차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도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고 찍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아빠가 옆에 관광객분한테
Do you know when the train comes?
Right now! Behind you!
??!!!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이미 기차가 지났음을 인지하고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에게 질문하는 아빠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 라니?
그렇다, 기차 시간이 잘 맞지 않는 영국이었던 것이다. 증기(?)도 뿌우- 하면서 지나가주는 센스. 엄청 넓은 들판이었지만 사람들이 환호성도 지르고 박수도 치며 그 광경을 함께 즐겼다. 아마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기차 시간을 염두에 두고 방문한 사람들은 이미 더 가까이서 사진을 찍었을 수 있었겠지?
기차가 지나고 다리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작은 언덕을 올라가봤다. 비가 와서 조금은 질퍽한 흙길이 되었지만 다리의 돌이 보이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엄마랑 나는 거기서 멈추고 동생이랑 아빠는 더 올라갔다. 이번 여행은 걷는 일정이 많아서 아빠가 트랙킹화(?)를 챙겨왔는데 알고보니 낡기도 했고 오래 신지 않아서 신발이 삭아있었다. 그래서 전 날 글랜코에서 퍼붓는 비와 만나자 신발 밑창이 들려버렸다. 그래서 여분의 신발을 엄마가 챙겨왔고, 엄마(신발 크게 신음), 동생, 아빠가 신발 사이즈가 유사해서 돌려 신게 되었다. 엄마는 여분의 신발을 신었고, 동생은 엄마의 운동화를, 아빠는 동생의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그런데 엄마 여분의 신발이 일반 단화라 이렇게 언덕을 오르기엔 적합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내려와 따뜻한 커피를 하나 마시기로 했다.
달달한 헤이즐넛 라떼가 땡겼던 나는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 헤이즐넛 시럽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바보 같았던게 시럽 있냐고 물어보고 정작 주문한건 바닐라 라떼 였던 것;; 커피를 받고나서야 주문을 잘못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게 엄마랑 한 입씩 나눠먹으며 한 10~15분 정도 기다렸더니 그제서 동생과 아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커피 한 모금씩 하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Portree로 향하면서 밥을 먹기로 했다.
Portree > Broadford로 여행 경로 변경
목적지는 Portree. 엄마는 이제 스코틀랜드에서 운전하는 상황이 익숙해졌는지 처음으로 차에서 편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운전 중이던 아빠가 갑자기 “어 우측 뒷바퀴 공기압이 낮은데?” 라고 조금 큰 혼잣말을 했다.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상황 발생.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해결하고 싶어도 지식의 부족이나 통제력의 부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생기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빠의 의도치 않은 연달은 공격, “아 기름도 좀 넣어야 하나?”
뒷자리에서 혼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구글링을 시작했다. 우선 내가 필요한 정보는 아래와 같았다.
1.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정확히 영어로 뭐라고 하는가
•
이유 - 후속 구글링을 할 때도 당연히 필요하거니와 혹시라도 기계를 찾지 못했을 경우 누군가에게 물어볼 경우 정확한 단어로 소통을 하는게 좋기 때문
•
자동차 공기압 - tyre pressure
자동차 공기압 넣는 기계 - tyre inflator
2.
자동차 공기압은 어디서 넣는가
•
이유 - 한국처럼 주유소에 없을 수도 있지 않으니까
•
한국처럼 주유소에서 넣으면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장소에서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3.
주유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
•
이유 - 한국처럼 셀프 주유와 직원이 공존하는 시스템인지 알아야 하고, 각 경우에 주유 기계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또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알면 좋고, 또 결제 시스템이 다를 수 있으니 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한국 블로그도 많지 않았고 찾은 것들은 대부분 셀프 주유라 우선 그렇게 믿기로 했다. 주유 기계는 한국에서 쓰는 것과 유사한 듯 하고 결제는 주유 후 영수증을 들고 매장 안에 들어가서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대충 필요해보이는 정보를 모은 후 Portree 로 향하고 있는 현재 경로에서 주유소가 있는지 검색을 해봤다. 또 어제처럼 점심 안 먹고 돌아다니는 상황을 피하고자 식당도 찾고 싶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Broadford 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 다행히 가는 길에 주유소도 있고, Co-op도 있고 화장실도 있었다. 2박 동안 머무를 숙소가 외진 지역이고 숙소 내에서 외부음식을 못 먹게 했기 때문에 마트가 필요한 상황이었. 더더욱 다행인건 그 근처에 평점이 높은 식당도 있었다. 완전 1조 3석. 그런데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니 오늘 스케쥴에 Portree가 끼어있는게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Isle of Skye 에 2박 3일 있을거라 굳이 오늘 Portree를 방문해서 V 자로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로 수정도 건의할 겸, 주유소 정보랑 공기압 정보도 알려줄 겸, 그리고 무엇보다 점심 먹자고 제안할 겸, 한번에 쫙 브리핑을 했다. 한큐에 받아들여졌지.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시간도 고려했고 점심도 고려했고, 장을 보면서 오늘 저녁 문제도 해결했고, 차 문제도 해결하면서 가족 모두의 행복 총량이 올라가는데.
Isle of Skye 입성
공기압 이슈와 점심 해결
Co-op 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면서 구석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은근슬쩍 사람들이 줄이 있는지 서로 살펴가며 눈치도 조금 보는게 눈에 띄었다. 나도 대충 근처 시리얼 코너에서 얼쩡대다가 한 분이 처음으로 대놓고 줄을 서자 그냥 편하게 뒤에 줄을 섰다. 남녀 공용화장실 1개였는데 공간이 꽤 넓었다. 기저귀 교환대도 있었고 마트 화장실인데도 다이슨 에어블레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문득 스위스에서는 표기를 Coop 이라고 하는 마트 브랜드와 이곳의 Co-op 과 동일한 브랜드일지 궁금해졌었다. GPT 한테 물어보니 전혀 다른 브랜드이지만 영국의 Co-op은 ‘조합’ 이었다. 약간 농협같은건가 그러면…?
장을보고 주유소로 향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1 리터에 140 펜스라고 적혀있는데 100 펜스 = 1 파운드니까 원화로 1 리터에 거의 2500원꼴인거다. 기름도 나는 나라가… 기름값이 왜 이렇게 비싼건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싸서 어쩌면 calibration 하고나면 비슷해질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엄마한테 부탁을 했지만 엄마는 차 안에서 창문 밖을 찍으려니 자꾸 흐릿하고 비뚫어진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내가 카메라 렌즈를 창문에 딱 붙이는 고급 기술을 보여줬찌 허허.
아쉽게도 공기압 넣는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동전을 내고 특정 시간 동안 호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네 군데 모두 넣고 시동을 걸었는데 조금 더 넣을까 싶어 되돌아갔다. 시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간만 남아 있다면 더 넣을 수 있었던 것. 만족스러운 만큼 넣고 이제 우리의 배를 채우러 향했다.
Cafe Sia & Siaway [바로가기]
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평점이 4.3에 리뷰가 2000개가 넘는 피자 전문점이 있어서 향했다. 피자 두개, clamchowder, bolognese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하나를 시켰다. 피자 전문점이라 맛있었고, clam chowder는 조금 비린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볼로네제를 시켰는데 되게 어색한 콩맛(?)이 났지만 그럭저럭 배를 채우기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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