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볼 것 천지 A82 국도를 따라가는 Viewpoint 여행,,, 그러나 비바람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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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왔음을 느끼는 단 한 순간
비 오는 저녁에 도착해 조금은 좁았을 수도 있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마주한 풍경은 기대 이하였다. 저 멀리 눈이 닿는 곳 까지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자 한국을 떠나왔다는 기쁜 마음에 먹칠을 하는 구름들. 영국 날씨는 워낙 안좋기로 정평이 나 있으니 각오까지 하고 왔다지만 개운한 아침에 이렇게 찬 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
다행히 13시간의 비행을 하며 잠 조절을 잘 했는지 jet lag 가 없어 컨디션 자체는 매우 개운했다. 스코틀랜드 여행 중 몇 안되는 조식이 나오는 숙소라 짐을 대충 싸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열 되어 있는 먹을거리 중 내가 유럽에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단 한가지 식재료를 보고 괜스래 기분이 좋아진다 . 바로 오이다.
22살에 부모님 없이 처음 유럽 땅을 밟았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가 가진 돈으로 여행을 하는 터라 4인실 6인실 호스텔에서 지내곤 했다. 그 때 처음으로 꾸밈없는 이들의 조식을 맛보게 되었는데 toast, jam, sliced ham 그리고 cucumber. I had little idea back then that these four were the very basics of breakfast. The cucumbers are slightly different from the ones we have here in Korea. Compared to the cucumbers in Korea, 껍질 is more thick, less jucier and 안에 그 오이 속이 참외 처럼 점액질이 덜 하다. 약간 우리나라에서는 수분 보충을 위해 등산할 때 오이를 챙기는데 비해 유럽에서 먹는 오이 챙겨가면 입이 더 바싹 마르고 사각거려서 도움되지 않을 듯한 그런 느낌? 벨기에 Antwerp 에서 그렇게 처음 먹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다른 투숙객이 내가 잼만 발라 먹자 알려줬었다.
“It’s way better with ham and cucumbers you know”
”In here?”
오이를 샌드위치에 넣으라니 꽤나 당황하자 웃으면서 본인이 먹던 샌드위치 반을 뜯어 준 네덜란드 청년.
고맙네,,, 껄껄
Bye Glasgow
비가 오네~ 마네~ 각 날씨앱들도 제각각이었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 한 곳인걸까. 아큐웨더, 구글 날씨 등을 이리저리 비교하며 비가 높은 확률로 온다고 했는데 안오기도 하고, 안온다 그랬는데 몇 시간을 온다던지. 영국은 이게 일상인건가? 왜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는지, 나중엔 우산만 봐도 여행객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우리도 그냥 비 맞으면서 다니곤 했다.
이 날 아침도 그랬다. 밥을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체크아웃 전 가벼운 산책을 하기러 한 우리 계획이 어긋나나 싶었는데, 커피를 다 마실 때 즈음 되니 그쳤다. With our tummies full, we headed out for a stroll. Since Glasgow was just a city for a one-night stop before heading to Glencoe, no one had made plans for the morning walk. We knew nothing so just 눈길이 끌리는대로 걸었다. 걷다보니 사진에서 Nike, EE, Nespresso 가 보이듯 상업거리였다.
아무래도 시간대가 사람들 출근길이어서 I didn’t feel like posing for a photo. Of course, foreigners often take pictures in front of the buildings where I work, and I don’t even mind. I knew it would be the same for the people here 그래도 한 번씩 흘긋 쳐다보는 시선은 괜스레 민망하고 부끄러워 나는 촬영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계속 사진 찍는 부모님과 동생… 28이 되어도 부끄럽긴 부끄럽다.
우리가 머문 숙소(Aparthotel Adagio Glasgow Central) 선정 이유는 공항과도 거리가 적당하고 렌터카 센터까지 도보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도착하기까지 약 2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가는 길에 정말 런닝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쓰레기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미관상의 이유로 사진처럼 쓰레기통을 없애는데 이곳의 쓰레기통은 주변이 늘 깨끗했던 것 같다. 영국 전역에서 국가가 dog friendly 하다고 느꼈는데 그 중 하나가 많은 쓰레기통이 dog waste 를 함께 받거나, 별도로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였다. 가는 길에 구글맵이 헷갈려 정체되어 있는 우리 가족을 보고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 온 분의 친절함에 감동함과 동시에 지하철에서 표 발권 못하는 외국인을 외면한 내 모습을 반성도 하며 센터에 도착했다.
아빠랑 엄마만 다녀온 오스트리아 여행 때도 렌터카 대여 때 보험 관련 항목 설명 해줄 때 애 먹고, 작년 스위스 여행 때 내가 있어서 세부 항목 내용을 이해 하게 되었지만, 이해하고 나니 최대치로 보험을 들어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된 아빠.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에서 예약할 때 차량 보험을 미리 들어놓고 왔다. 그러나 역시 순탄치 않은 렌터카. 이번엔 deposit 관련된게 원활하지 못했는데, 아빠가 렌터카를 Europcar 에서 직접 신청한게 아니라 아니라 어떤 제 3의 플랫폼을 끼고 빌리게 되었다. 마치 호텔 잡을 때 호텔 홈페이지에서 안하고 호텔스닷컴 같은 플랫폼을 끼는 것 처럼. 그랬더니 아빠는 deposit 을 Europcar와 그 플랫폼에서 이중으로 관리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 아무튼 설명 잘 듣고나서 직원한테 내가 물어봤더니 Europcar 에서 직접 빌리면 최저가는 보장 못하지만 절차가 더 간단할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앞으론… 렌터카 사이트에서 직접 할 것!
A82 번 국도 따라 여행
아빠가 가고 싶은 곳을 메모에 쓰고 iCloud 로 공유해줘서 그걸 지도에 내가 직접 찍었다. 정말 A82 를 따라가다 보면 온갖 viewpoint 들이 나온다. 아빠도 한국에서 서칭하면서 사람들이 다녀 온 후기 등을 참고해서 가고 싶은 viewpoint 를 추리건데 막상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그냥 차가 막 parking 되어 있으면 “아 여기 viewpoint 인가보다” 하고, 주차를 할 수 있으면 보는거고 못하면 못보는거다. 그래서 처음에 목표했던 곳을 다 못 갔지만 아쉬울 것도 없는게, 그냥 주차해서 본 몃진 풍경도 많기 때문!
일단 A83부터…
Rest and be Thankful Viewpoint
우리가 처음 차에서 내려 본 곳은 Restful and be Thankful Viewpoint 였다. 이 곳은 과거에도 여행자들에게 쉼터가 되었던 공간이고, 아빠와 찍은 사진 뒤로 나 있는 길이 18세기에 군사 목적으로 지어진 route 라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 바퀴를 돌며 경이로움에 “호우!” 하고 외쳤다. 등 뒤로는 푸른 산이, 앞으로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들판이 그저 놀라웠다. (물론… n일차가 되면 워낙 시야가 탁 트이는게 흔해서 감흥이 떨어지긴 한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recalling this place, 가장 breathtaking 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I think it was a great place to start off our trip in Scotland.
Inveraray Castle
다음 목적지가 “성” 이라고 하니~ 뭔가 화려한 내부를 기대했던 나는 오히려 금이 많은 가정집 같은 느낌에 깜짝 놀랐다. 근데 사실 현재 Argyll의 Duke 와 Duchess 가 실제로 거주를 하고 있는 성이었던 것! 집이긴 집이였어…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들의 성과 차이가 있어서 좀 신기했다. 유럽 국가들을 여행할 때 만나게 되는 성은 역사 속 유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반면, 영국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누군가의 집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표가 정원입장 또는 성 내부 + 정원입장 옵션으로 팔았는데 우리는 1인당 약 3만원을 내고 내부와 정원 티켓을 구매했다. 위에서 언급했 듯 외부 못지 않게 투박했던 내부. 그리고 실제 이 성에는 공작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private 으로 막혀 있는 구역들이 있었다.
내부에서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각국에서 선물 받은 듯한 접시 컬렉션. 둘러 본 전체 방들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따뜻했달까. (나 화려한거 좋아하네 ㅎ) 이 성은 내부보다 정원이 더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예뻤다.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성 내부는 안 돌아보고 정원만 표를 끊고 들어가더라. 다른 지역에서도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성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nah~ stance 를 취하는 듯 했다. 이후로 영국 여행 내내 성 내부를 절대 티켓을 끊지 않게 되었다. ㅎ
아직 A82 국도로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정원을 다 둘러보려니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같아 한 바퀴 스윽- 둘러보고 서둘러 다시 차에 올랐다.
A82 국도, 절대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점심도 안 챙겨주는 불친절한 여행 가이드(아빠)… 이 때가 2시 정도를 넘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점심 일정이 계획에는 없었다. 배가 고프면 까칠함이 극에 달하는 인물로서 표정이 급격히 안좋아지며 예민해진 나는 급하게 편의점이라도 찾아보았다. 국도 갈림길에 딱 하나가 있었는데 하필 진행 경로 반대편에 있었다. 저녁을 거하게 먹어야겠다고 혼자 다짐하며 깔끔하게 포기했다.
물론 지금 볼 수 있는 지도는 가고자 했던 곳과 실제로 간 곳이 섞여져서 많은 핀이 찍혀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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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viewpoint 라도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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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없어서 그 viewpoint 인지도 모르고 지나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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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안좋아서 계획상 뺀 곳
들이 있기 때문에 저 핀들 중 한 절반 정도 간 것 같다.
Glencoe Viewpoint
가족끼리 모두 공감한 것이 있다면, Glencoe 랑 참 날씨 궁합이 안 맞다는 것. 처음 A82 국도를 타던 이 날과 에딘버러로 향하기 위해서 이틀 뒤 다시 지나칠 때도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우산이 너무 뒤집혀 들고 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바람도 세차게 불고, 3초만 서 있어도 바지가 다 젖어버리는 날씨.
Glencoe Viewpoint 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한 번을 안보여주더라. 물론 첫 시도에 나는 쫄딱 젖어버리는 바람에 바로 GG 쳤고, 의지가 강한 아빠와 젖는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동생은 비옷을 입고 폭우를 뚫고 보고 왔다. If someone asks if I regret not even catching a glimpse of that view, I can confidently say ‘no.’
Glencoe Waterfall & The Meeting of Three Waters & Glencoe Visitor Centre
아빠의 초기 계획에는 Glencoe Waterfall 을 본 후 The Meeting of Three Waters 로 보러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Glencoe Waterfall 의 주차장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보통 얼마 앞에 Car park 나온다고 파란색 표지판이 세워져있는데 그걸 놓친 것 같다. 아쉬웠지만 차를 되돌릴 수 없으니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그 거리가 2분 정도였나? 근처에 가니 도로폭이 조금 넓은 편이라 사람들이 주차장이 아니라 모두 갓길에 차를 세우고 The Meeting of Three Waters 를 보러 가고 있었다. 우리도 갓길에 차를 태우고 우비 입고, 우산 들고 내렸는데 특이하게도 카메라를 든 중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폭포 강국이다 이건가…. 역시나 우산은 중국 사람들과 우리 가족만 쓰고 있었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 듯 세개의 물 줄기가 만나는 곳인데 딱 아래 사진 처럼 생겼다. 방금 너무 무미건조한 문장을 쓴 것 같은데 it’s because waterfall is the last thing I would stop by to see when traveling. It’s really difficult to catch the difference between waterfalls. Of course the strongness of the water flow, the height it falls from may differ but 절벽이 있으니까 떨어지는거고, 절벽은 주로 바위고. 그래서 크게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dad’s completely on the other side. He actually stops to see waterfalls. It was the same back when we were in Switzerland where he was so excited to see the waterfall in Lauterbrunnen. 여기서도 아빠랑 동생은 저 조그마한 물줄기 앞에서 10분 넘게 사진을 찍었을 거다. (비도 오는데 우산도 안쓰고!)
재밌는 사실은, Glencoe Waterfall 과 The Meeting of Three Waters 가 결국 같은 곳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각 viewpoint 가 무엇을 강조하냔데, 이 폭포 자체는 Glencoe Waterfall 인데 요 지점에서 세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 보여서 다른 viewpoint 가 생겨난 것. 하나만 간다면 The Meeting of Three Waters 만 다녀와도 될 것 같다.
(좌) The Meetings of Three Waters (우) The Glencoe Visitor Centre
Glencoe Visitor Centre 는 크게 전시 된 게 없다. 물론 긴 운전에 지쳤거나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 방문한다거나,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하거나, nibble 할 것이 필요할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고, Glencoe 지역의 짧은 역사와, 전통 집 양식을 재건축한 것 정도?
보지 못한 An Torr 과 Hagrid’s Hut
역시나 날씨 이슈로 걷지 못해 만나보지 못한 An Torr 과 Hagrid’s Hut. 물론 Hagrid’s Hut 의 경우, 촬영지라고는 하지만 hut 은 철거했기 때문에 가더라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싶긴 하다. 그러나 역사적인 요소도 있고, 걷기 너무 좋다는 An Torr 를 가 보지 못한건 조금 아쉽다.
영국을 못해도 한 10년은 다시 안 올 것 같은데, 이후로 혹시 다시 오게 된다면… An Torr 를 만나 볼 수 있게 날씨가 좀 도와줬음 좋겠다.
Fort William의 숙소, Nevis Bank Inn.
Nevis Bank Inn [바로가기]
Inn 이 여관이라 이름에서 상상되는 이미지는 좀 허름할지라도, 아빠가 엄마랑 여행하는데 절대 허름한 곳을 구할 사람이 아니다. 들어보니 2인을 위한 숙소를 찾는건 너무 쉬운데 4인을 위한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특히 이곳도 마지막에 겨우 구했다고 했던 것 같다.
도착하니 앞에 북유럽에서 온 키가 아주 큰 젊은 부부 한 팀. 우리. 그리고 미국에서 온 모녀 한팀 이렇게 있었다. 앞의 젊은 부부는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 날씨에도 하이킹을 했다고 한다. 짐은 역시 큰 배낭 각자 한개씩. Receptionist 와 가벼운 small talk 를 이어가고 에어컨과 히터가 함께 있으니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그리고 저녁 동안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아래로 연락하라는 등의 설명을 이어간 후 키를 건넸다. 우리 차례가 되어서도 가볍게 어디서 왔는지, 이곳에서의 여행이 어땠는지 묻길래 내가 “very cold” 로 짧은 농담을 건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이어가지 않는 대화. 대화가 잘 통할지도 모르는 아시안 가족과 굳이 이야기를 이어갈 필요를 못 느낀 것일까. 인종차별 뭐 이렇게 느꼈다는게 전혀 아니고, 이 사람도 여러번 대화 실패의 경험을 겪었으리라.
우리는 4층을 배정받았는데 진짜 오마이갓인 부분은, no lifts.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또 계단을 올랐다. 우리가 처음에 키를 받을 때는 비가 와서 캐리어를 다 꺼내지 않아서 receptionist 가 4층을 준 것이 아닐까… 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보았지만 애초에 4인을 위한 방은 구조가 다를 수도 있다는 부모님 말씀에 수긍했다.
엄마는 우리가 묵은 숙소 중 이곳이 가장 별로였다고 했다. 왜냐면 바닥이 모두 카펫으로 시공된 전형적인 서양식 방이었기 때문. 올해 엄마가 남프랑스를 다녀왔을 때 빈대에 물려 꽤나 고생을 했기 때문에 빈대를 굉장히 경계하는 상태였다. 심지어 tube 에서 단 한번도 앉지 않았을 정도니까! 그래서 바닥에 캐리어를 펼치는게 찜찜해 밑에 비닐을 깔고 펼쳤다. 물론, 난 빈대에 물리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니 그냥 바닥에 턱턱 열긴 했지만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식당에서도 스반꿀…
스반꿀이란, 회사에서 업무를 나눌 때 내가 맡게 되는 과제가 꼭 커지거나, 법무 이슈가 생기거나, 엎어지는 등의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일을 할 때 스위리 반대로 하면 꿀이라는 말이 생겼다… 쩝
언제나 먹거리는 내 담당이다. 구글 지도에서 주변에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니 엄청난 평점과 리뷰를 자랑하는 식당이 있었다. 평점 4.6에 1574개의 리뷰면 인정이지.
The Geographer [바로가기]
비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우산은 써야 하는 기분 나쁜 정도의 부슬비가 내리는 상황이었다. 20분 간 걸어야 했지만 내게 있어선 오늘 걸은 것을 통틀어 가장 값진 20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침 이후로 단 한끼도 못 먹은 상태였으니 그럴 수 밖에!
식당은 포트 윌리엄스의 중간에 위치해있었고, 동네에서 가장 번화한 느낌이 들었다. 좌우로 상점도 많고, 식당과 펍이 즐비했지만 나는 좌우 돌아보지 않고 오직 직진. 이미 100m 밖에서도 유일하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식당이 보였다. 한국에서라면 바로 네이버 지도 켜서 주변에 다른 평점 좋은 맛집을 찾아갔겠지만, 근처에 마땅히 마음에 드는 곳도 없었을 뿐더러 이곳 리뷰 중에 ‘the food was definitely worth waiting’ 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에 기다려서 먹자고 했다. 그러자 살짝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동생이 fish & chips를 파는 옆 가게를 가르키며 본인은 저기서 먹고 오겠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은 기다렸고 한 30분 지나니 메뉴판이 보이는 지점까지 갈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다 Korean Fried Chicken Burger 메뉴가 보여서 좀 웃겼다. 어쩌다 이런 메뉴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한국을 다녀와서 치킨 먹고 감명 깊었나? 그러기엔 내슈빌 치킨이 더 맛있지 않나? 아, 혹시 한국인이 많이 오나? 나처럼 평점에 예민한 한국인들이 많이 보여서 이들에게 친숙한 메뉴를 개발하기러 한 걸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지만 나는 Buttermilk Chicken 을 먹기러 다짐했고 약 10분을 더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앉아서 메뉴판을 더 꼼꼼히 살펴본 후 우리는 각자 플레이트를 시켰고 나눠먹을 small dish 하나를 골랐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아빠는 홍합에 도전했고, 엄마는 맥앤치즈, 나는 버터밀크 치킨 그리고 동생은 fish & chips를 골랐다. 나눠먹을 음식으로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인 haggis 를 도전해보기러 했다.
Haggis 가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었다. 막상 음식이 나오니 동생과 내가 “아!” 하고 동시에 외쳤다. 아침 글래스고 호텔 조식에서 본 알 수 없는 검은 리조또/빠에아 스러운 음식이 바로 haggis 였던 것을 눈치챘기 때문. Haggis는 오트밀이나 다른 곡물과 함께 고기 부속이 들어가있는 것이라 먹어보니 짭짤한 볶음밥 같기도 했고, 뭉개지는 순대같기도 했지만 우리 입에 굉장히 잘 맞았다. 홍합 스튜 처럼 나온 아빠 요리는 무난하게 맛있었고, 짠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빠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동생 역시 뭐든 잘 먹는 타입이라 잘 먹었고 fries 찍어 먹을 ketchup 을 달라고 하니 그 한국 맥도날드에서 주는 그런 포장 된 걸 세네개 줬다. 엄마가 시킨 mac n cheese 는 좀 양이 많아서 먹다보니 니글니글했었고 내 버터치킨은 폭망. 튀기긴 했는데 눅눅한 치킨. 이게 원래 버터치킨인건가… 난 절반도 안먹었다.
뭔가 아쉬운 저녁이었지만, 가족들은 맛있는 저녁이었다고 말해줘서 그걸 위안으로 삼고 난 Tesco 에서 요거트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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